꿈인 줄 알았네

작성자
김지애
2008-01-31 00:00:00
사랑하는 서임아.
어제 씩씩한 네 목소리를 들은 게 꿈이었나 싶구나.
아침까지 여권 문제로 씨름하다가 -뭐 서명이 잘 못됐다고 해서 다시 빠꾸-
결국 오전 10시 반쯤 제약회사 아저씨의 지친 목소리의 보고를 들었다.
드디어 접수를 하고 자기는 일하러 간다고.
마지막까지 잘 될런지 아무도 모르지만 하여튼 접수를 했으니 기다리면 된다.
엄마가 써주는 멜이 힘이 된다는 말에 나 역시 힘이 불끈 솟아서 열심히
쓰려고 했는데 아침부터 지금까지 열라 바빠서 멜 열어볼 시간 조차 없었어.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고 하늘도 꾸물꾸물해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잠시 후엔 천재소년 대영이가 올 거고 또 치과에 가야하고 저녁에는
재정 컨설팅하는 사람과 미팅이 있고 뭐 그래.
어젠 아빠가 새벽 두시 쯤 들어와서 자고 있는 엄마를 깨우더군.
자는 데 깨우면 엄마 잠투정 심한 거 알지?
한 30분 쯤 양껏 짜증을 내고 났더니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더구나.
뭐 충격이란 말은 좀 과장이긴 하지만 갑자기 듣는 말이라 그랬지.
언젠가 서울로 다시 가야한다는 건 생각하고 있었지만 네가 대학교 입학할
때쯤으로 예정하고 있었는데 아빠 발령이 서울로 날 것 같아.
최종적인 결정은 아빠가 하겠지만-거부하면 안 갈 수도 있다는 뜻- 회사에서
필요하다고 본사로 오라고 하면 가는 게 도리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에 대한 얘기를 하다보니 잠이 안와서 새벽 5시 넘어서
잤더니 이제 오후 네시쯤 되니까 잠이 와서 작살이야.
앉으나 서나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니 이럴 어쩐다?
아참 아까 예린이랑 문자 했는데 내일 4시쯤 학교에 간대더라.
그러면 아는 대로 문자주기로 했어.
자기도 대곡 도원 순으로 냈다고 그러대.
서봉이 없는 대구는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실감한 엄마가
네가 오자마자 또 발리로 떠나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서늘해 지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