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에게

작성자
윤자경
2011-01-11 00:00:00
사랑하는 등대에게

오늘 하루도 잘 지냈니?
아빠 엄마 소현이도 잘 지냈다.
아빠는 오늘도 아침 일찍 일하러 가셨고
엄마는 자원봉사하고 있는 지역아동복지센터 아이들이
체험활동하러 가서 하루 종일 톨스토이의 책을 필사했단다.
소현이는 아침에 도서관에 갔다가 조금 전에 왔고.

아까는 이렇게 네게 매일 집 소식을 전해주는 것이
네가 공부에 집중하는 것에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었단다

오늘은 정호승 시인의 에세이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중에서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를 써서 보낼게.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

정호승

어느날 책을 읽다가 이 한마디를 읽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아리고 멍해졌습니다. 더 이상 계속해서 책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이 컸습니다. 이말을 누가 한말이라는 것은(문호 괴테가 한 말입니다만)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모든 색채가 빛의 고통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빛에게 고통이 있다면 바로 어둠이라고 생각했으나 빛의 고통은 오히려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산과 바다가 산과 바다의 색깔을 내는 것이 꽃과 노을이 꽃과 노을의 색깔을 내는 것이 모두 빛의 고통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저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빛깔이 빛에 의해 그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그 아름다운 색채를 내기 위해 빛이 그토록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빛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빛깔들을 주기 위해 그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봄이 오고 여름이 오는 동안 강과 산과 나무와 풀잎들이 연두에서 진초록으로 점점 변해가면서 저에게 그토록 아름다움을 선사한 것이 빛의 고통에 의한 것이었다니 비행기를 탔다가 우연히 해가 지는 장엄한 광경을 보고 잠시 #45332을 잃었는데 그 찬란한 노을빛이 빛의 고통이었다니 백두산 천지의 그 맑고 푸른 물빛이 고비사막의 높은 모래산 그 고운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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