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rrative Report]잘나가던 프로게이머 29세 게임은 끝났다
- 작성자
- 이규환 (이진표 부)
- 2013-01-14 00:00:00
기사입력 2013-01-11 03:00:00 기사수정 2013-01-11 14:28:47
게임은 끝났다… 스물아홉살 진짜 세상에 로그인하다
‘영업부장’ 성학승 씨가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손님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영업부장은 손님 수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에 항상 밝은 미소를 짓고 친절해야 한다. 성 씨는 매일 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쉴 새 없이 허리를 굽히며 사회를 배워가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금요일 밤 서울 강남역 일대는 넥타이 부대로 붐볐다. 남자들은 이미 거나하게 취한 듯 갈 지(之)자 걸음을 이어갔다. 그는 그런 일행만 골라 종이를 내밀었다. 종이엔 ‘강남 전 지역 픽업 가능’이란 문구와 함께 그의 이름 석 자가 크게 박혀 있었다. 유흥주점 광고지였다. 일부는 그를 알아본 듯 빤히 쳐다봤다. 그래도 상관없다. 자존심 따윈 버린 지 오래다. 찬란했던 과거는 이미 가슴속에 묻었다. 》
‘유흥주점 영업부장’이 된 프로게이머
씁쓸함을 지우려는 걸까. 카페에서 만난 성학승 씨(29)는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는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 ‘영업부장’이다. 하지만 7년 전만 해도 대기업에 소속된 유명 프로게이머였다. 컴퓨터게임 ‘스타크래프트(1998년 출시)’를 즐겼던 세대라면 그를 모르는 이가 없다. 팬들은 ‘회사 부장님’을 연상시키는 넉넉한 외모에 순박한 표정으로 저그(스타크래프트의 한 종족)를 플레이하는 그에게 ‘부장 저그’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팬 카페 회원만 1만 명이 훌쩍 넘었다.
그런 그가 지난해 3월 처음 유흥주점에 발을 담갔다. 보통 유명인이 ‘밤일’을 하면 자신을 감추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본명을 쓰면서 인터넷에 자기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개했다. ‘전 프로게이머’라는 경력을 홍보 수단으로 적극 이용했다. 선수 시절 팬 카페에는 그가 일하는 가게 이름이 대문짝만 하게 걸렸다. 스타크래프트 팬들은 ‘멘붕(
게임은 끝났다… 스물아홉살 진짜 세상에 로그인하다
‘영업부장’ 성학승 씨가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손님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영업부장은 손님 수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에 항상 밝은 미소를 짓고 친절해야 한다. 성 씨는 매일 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쉴 새 없이 허리를 굽히며 사회를 배워가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금요일 밤 서울 강남역 일대는 넥타이 부대로 붐볐다. 남자들은 이미 거나하게 취한 듯 갈 지(之)자 걸음을 이어갔다. 그는 그런 일행만 골라 종이를 내밀었다. 종이엔 ‘강남 전 지역 픽업 가능’이란 문구와 함께 그의 이름 석 자가 크게 박혀 있었다. 유흥주점 광고지였다. 일부는 그를 알아본 듯 빤히 쳐다봤다. 그래도 상관없다. 자존심 따윈 버린 지 오래다. 찬란했던 과거는 이미 가슴속에 묻었다. 》
‘유흥주점 영업부장’이 된 프로게이머
씁쓸함을 지우려는 걸까. 카페에서 만난 성학승 씨(29)는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는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 ‘영업부장’이다. 하지만 7년 전만 해도 대기업에 소속된 유명 프로게이머였다. 컴퓨터게임 ‘스타크래프트(1998년 출시)’를 즐겼던 세대라면 그를 모르는 이가 없다. 팬들은 ‘회사 부장님’을 연상시키는 넉넉한 외모에 순박한 표정으로 저그(스타크래프트의 한 종족)를 플레이하는 그에게 ‘부장 저그’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팬 카페 회원만 1만 명이 훌쩍 넘었다.
그런 그가 지난해 3월 처음 유흥주점에 발을 담갔다. 보통 유명인이 ‘밤일’을 하면 자신을 감추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본명을 쓰면서 인터넷에 자기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개했다. ‘전 프로게이머’라는 경력을 홍보 수단으로 적극 이용했다. 선수 시절 팬 카페에는 그가 일하는 가게 이름이 대문짝만 하게 걸렸다. 스타크래프트 팬들은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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