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비 한 푼 없고 오디션도 아닌데… 2만명이 제발로 왔다

작성자
이규환 (이진표 부)
2013-01-26 00:00:00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 위한 목소리 기부 현장 가보니
"시력잃은 동생에 힘 되려고" "장애인들 돕고 싶어서" "뭔가 보람있는 일 찾아서"
대학생·직장인·주부… 100명 뽑는데 앞다퉈 참가 1만9900명은 탈락

지난 19일 오후 2시 서울 코엑스의 한 전시장엔 25개의 면접용 부스가 설치돼 있었다. 각 부스 앞에 놓인 대기석엔 각각 10여명씩 모두 300여명이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손에는 드라마 대본이 적힌 A4용지 2장을 쥐고 있었다. 몇몇은 고개를 숙인 채 볼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면서 소리 내 읽었다. 내용을 녹음한 뒤 이어폰을 끼고 들어보거나 벽을 보고 대본을 외우기도 했다. 대본을 연습하면서도 진행요원이 자신을 호명하는지 계속 힐끗거렸다. 이름이 불리면 한 명씩 부스에 들어갔다. 짧은 자기소개를 하고 대본을 낭독했다. 현직 성우가 헤드폰을 끼고 음성을 평가했다. 한 명당 인터뷰는 1~2분씩. 이렇게 이틀(19~20일)간 2만명이 이 부스들을 찾았다.

방송사의 유명 오디션이나 아나운서·성우 채용 시험장이 아니었다. 한 외국계 은행이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을 만들면서 음성을 기부할 재능 기부자를 뽑는 자리였다.

선발되더라도 보수는 한 푼도 없다.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의 목소리 기부자이니 스타가 될 가능성도 낮다. 은행 취업에 가산점이 붙는 인턴 프로그램도 아니다. 최종 100명만 뽑는 200대1의 경쟁률이니 왔다가 탈락해 헛걸음칠 가능성도 더 높다. 이런 아무런 대가가 없는 일에 2만명이 몰렸다. 시각장애인 동생을 둔 누나와 형 학창시절 방송반을 했던 주부 장애가 있는 지체장애인 성우 지망생 등이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 "보람된 일을 하고 싶다"면서 몰려들었다.

김아라(29)씨는 "10세 터울 남동생이 시각장애인이라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의 동생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미숙아망막증으로 시력을 잃었다. "신간을 읽을 때마다 동생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오디오북이나 점자책이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김씨가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