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派獨 광부·간호사 50년 - 그 시절을 다음 세대에게 바친다] [3]
- 작성자
- 이규환 (이진표 부)
- 2013-01-29 00:00:00
[3] 현지서 박사학위 딴 후 귀국해 교수된 권이종씨
1622호는 급료 주는 근거이자 신원 확인 생명 번호
바위에 손 깔렸을 때 한달 넘게 송금 못해 죄책감도
어머니처럼 돌봐주던 현지인 "공부하라" 귀국 말려
자긍심 가질 수 있게 파독광부들에게 명예 줬으면
"여기 입술 아래 광부 문신 보이세요? 예전에는 턱밑까지 더 길게 이어져 있었는데 50년 세월이 흐르다 보니 좀 짧아졌네요."
권이종(73) 한국교원대 명예교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턱 부분에는 굵은 연필로 그은 것 같은 길이 2㎝가량 검푸른 선이 있었다. 파독 광부로 탄광에서 일하다가 얼굴이 찢겨 석탄가루가 스며들어 생긴 천연 문신이라며 "내 삶의 훈장"이라고 말했다.
권이종씨가 막장 근무를 마치고 나온 파독 광부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들고서 당시 근무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권 교수는 49년 전인 1964년 10월 파독 광부로 독일에 갔다. 전북 장수 시골 마을에서 서울로 올라와 노동일을 하던 때였다. 광부 모집 광고에서 매달 700마르크(당시 4만원)씩 준다는 글귀를 봤다. 당시 5급 공무원 월급보다 10배나 많은 돈이었다. 그 돈이면 하루 두 끼도 제대로 못 먹는 고향집 식구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르켄눔머(광산번호) 1622
배치된 곳은 독일 메르크슈타인 지역 아돌프 탄광이었다. 고된 막장 일을 마치고 지상에 올라오면 관리자가 물었다. "벨체 마르켄눔머 하벤 지(당신의 광산번호는)?" 섭씨 30~36도 지하 막장에서 하루 8시간 이상 꼬박 일하다 보면 얼굴은 검은 탄가루 범벅이 된다. 시커먼 겉모습 때문에 얼굴을 알아볼 수 없어서 대신 광산번호로 신분을 확인하고 작업량 등을 기록했다. 마르켄눔머는 급료를 주는 근거이자 사고로 죽었을 때 신원을 확인하는 생명 번호이기도 했다.
1964년 10월 독일 탄광에 배치된 권이종(맨 왼쪽) 교수가 동료들과 아침에 탄광에 들어가기 직전 찍은 사진. 채탄 작업을 시작하기 전이어서
1622호는 급료 주는 근거이자 신원 확인 생명 번호
바위에 손 깔렸을 때 한달 넘게 송금 못해 죄책감도
어머니처럼 돌봐주던 현지인 "공부하라" 귀국 말려
자긍심 가질 수 있게 파독광부들에게 명예 줬으면
"여기 입술 아래 광부 문신 보이세요? 예전에는 턱밑까지 더 길게 이어져 있었는데 50년 세월이 흐르다 보니 좀 짧아졌네요."
권이종(73) 한국교원대 명예교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턱 부분에는 굵은 연필로 그은 것 같은 길이 2㎝가량 검푸른 선이 있었다. 파독 광부로 탄광에서 일하다가 얼굴이 찢겨 석탄가루가 스며들어 생긴 천연 문신이라며 "내 삶의 훈장"이라고 말했다.
권이종씨가 막장 근무를 마치고 나온 파독 광부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들고서 당시 근무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권 교수는 49년 전인 1964년 10월 파독 광부로 독일에 갔다. 전북 장수 시골 마을에서 서울로 올라와 노동일을 하던 때였다. 광부 모집 광고에서 매달 700마르크(당시 4만원)씩 준다는 글귀를 봤다. 당시 5급 공무원 월급보다 10배나 많은 돈이었다. 그 돈이면 하루 두 끼도 제대로 못 먹는 고향집 식구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르켄눔머(광산번호) 1622
배치된 곳은 독일 메르크슈타인 지역 아돌프 탄광이었다. 고된 막장 일을 마치고 지상에 올라오면 관리자가 물었다. "벨체 마르켄눔머 하벤 지(당신의 광산번호는)?" 섭씨 30~36도 지하 막장에서 하루 8시간 이상 꼬박 일하다 보면 얼굴은 검은 탄가루 범벅이 된다. 시커먼 겉모습 때문에 얼굴을 알아볼 수 없어서 대신 광산번호로 신분을 확인하고 작업량 등을 기록했다. 마르켄눔머는 급료를 주는 근거이자 사고로 죽었을 때 신원을 확인하는 생명 번호이기도 했다.
1964년 10월 독일 탄광에 배치된 권이종(맨 왼쪽) 교수가 동료들과 아침에 탄광에 들어가기 직전 찍은 사진. 채탄 작업을 시작하기 전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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