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눈물 젖은 역사를 가르치라

작성자
이규환 (이진표 부)
2013-01-29 00:00:00
[동서남북] 눈물 젖은 역사를 가르치라
통곡으로 대신한 애국가 … 역사 비트는 非국민들
입력 : 2003.09.02 16:51 수정 : 2003.09.02 16:51
강천석 논설주간 [조선일보 인물 DB]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단상에 올라섰다. 그 순간 함보른탄광 광부들로 구성된 브라스 밴드가 애국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차츰 커지던 애국가 소리는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목부터 목멘 소리로 변해갔고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에 이르러서는 울음소리가 가사를 대신해 버렸다. 대통령 부부 300여명의 우리 광부와 50여명의 우리 간호사 모두가 고개를 박고 어깨를 들먹였다.

밴드의 애국가 연주가 끝나자 박정희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코를 풀더니 연단으로 걸어나갔다. “여러분 만리타향에서 이렇게 상봉하게 되니 감개무량합니다….” 대통령의 준비된 연설은 여기서 몇 구절 더 나가지 못했다. 이 구석 저 구석의 흐느낌이 통곡으로 변해갔기 때문이다. 그러자 박정희는 연설원고를 옆으로 밀쳐버렸다. “광원 여러분 간호사 여러분 가족이나 고향 생각에 괴로움이 많을 줄 알지만… 비록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하여 번영의 터전만이라도….” 결국 대통령은 연설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본인도 울어버렸기 때문이다. 박정희는 광부들에게 파고다담배 500갑을 선물로 나눠주고 돌아갈 차에 올랐다. 차 속에서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애쓰는 박정희를 보고 곁에 앉은 뤼브케 서독 대통령이 자기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박정희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1964년 12월 10일 서독 루르탄광지대에서 있었던 일이다.

불과 40년 전의 이 ‘사건’을 지금 이 나라에서 아직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나라를 쥐고 흔드는 단병호 민노총 위원장이 그때 열네 살 이남순 한국노총위원장은 열한 살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이라는 배우 문성근과 명계남이 각각 열 살 열한 살 무렵이다. 그러니 386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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