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아버지

비가 내렸다 멎었다 변덕을 부립니다. 이 습하디 습한 날씨 속에서도 저는 잘 지내고 있답니다. 그러나 변덕스런 비와 습기가 제 사랑하는 이의 가슴 속에는 머무르지 않도록 보살펴주세요. 우리 큰오빠가 이 기나긴 마라톤을 부디 잘 마칠 수 있도록 비가 내리면 그 어깨 위에 우산을 씌워주시고 바람이 불면 품에 감싸안아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앞으로 남은 95일의 순간순간이 훗날 되돌아보았을 때는 오빠 인생의 가장 빛나는 명장면으로 남도록 해주세요. 지금은 비록 힘에 겨울지라도 훗날 오늘을 기억하며 자랑스러워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 환한 미소가 오래오래 계속되도록 지켜주세요.
큰오빠는 제게 참 큰 사람입니다. 예전에 철이 없었고 지금도 철이 없는 제게 그가 얼마나 커다란 사람인지 저는 설명하지 못하겠습니다. 오빠라는 커다란 나무 아래 그늘에서 발뻗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제가 얼마나 큰 복을 받았는지 이 작은 가슴으로 감사하기에는 너무 벅찹니다. 하루하루 살아갈 때마다 제게 안상준이라는 오빠를 내려주신 것에 새삼 감사드립니다. 따라갈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토록 큰 축복인지 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그 손을 잡고 따라갈 수 있게 도와주소서. 그러나 큰오빠가 때로는 동생들과 주변의 기대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짐을 잠시 내려두고 오롯이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바쁘게 달려가다가도 길가의 꽃을 보고 미소지을 수 있게 해주소서. 지금껏 보여준 열정만으로도 그는 저에게 그 누구보다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습니다.
페이스메이커를 아세요? 페이스메이커는 마라토너가 좋은 기록을 낼 수 있게 옆에서 함께 달리며 페이스를 조절해주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저는 큰오빠가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돕기에도 페이스를 조절해주기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