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편지

작성자
아버지
2014-03-03 00:00:00
어느 재수생 아빠 “내가 바라는 건…”
동아일보 어제신문에서

내 아들 ○○이는 지금 재수 중이다. 목표는 서울 안의 대학에 들어가는 것. 한낱 바람에 그칠 수도 있지만 기적이 일어난다면 그 뜻을 이룰 수도 있다. ○○이는 정시모집에 응시하지도 않고 작년 말 기숙학원에 들어갔다. ○○이는 지역에 관계없이 원서를 쓸 수 있는 성적이 안 되기 때문이다.

아이는 중2 여름방학 때부터 공부대신 세상 알기에 들어간 탓에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공부만 해야 하는 재수생활은 무척 힘든 결정이었다. 6번 썼던 수시 모집에 모조리 낙방한 후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재수와 군대라는 두개의 선택지를 내놓았다. 재수를 하려면 기숙학원에 들어가야 한다고 못 박았다. 시내에 있는 재수학원에 보낼 경우 우리 아이에게는 재수를 빙자한 유흥을 묵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바로 군대를 갈 경우 동대문 원단 상가에 취직해 자신이 쓰는 모든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고 했다. 대학에 안 갈 거라면 일찍 취업해서 돈을 버는 게 시간 허비를 막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것이든 힘든 선택이라 아이는 보름 동안 고민했다. 재수 기숙학원 모집 광고가 신문에 비칠 때 아이와 우리 부부는 마주 앉았다.

"뭐 할 거야?"
"재수할게요."
"왜?"
"대학 가서 사람들에게 인기 좋은 걸 더 크게 쓰고 싶어서요."
아내는 다그쳤다. "너 정말이지. 기숙학원 들어갔다가 못한다고 나오면 그땐 사람도 아니다. 재수를 하고 싶어도 형편이 안돼 재수를 못하는 친구들도 얼마나 많은지 알지. 네 학원비 대기 위해서 집도 내놨어."
"들어가서 열심히 할게요."
목소리가 결의에 차 있는 게 아니어서 찜찜했지만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 받아들이기로 했다.

비록 놀기는 했지만 대학 입시에 낙방해 실패의 쓴맛을 보고 앞으로 헤쳐 갈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음을 조금은 눈치 챈 아이를 보는 마음은 안쓰러웠다. "재수하는 게 후회스럽지는 않으냐"는 물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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