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응진에게(예비고 6반)

작성자
응진이 엄마
2007-01-30 00:00:00
<10년 전 서울대학교 합격자 생활수기 >


실밥이 뜯어진 운동화, 지퍼가 고장 난
검은 가방 그리고 색 바랜 옷.....
내가 가진 것 중에 헤지고 낡아도 창피하지
않은 것은 오직 책과 영어사전 뿐이다.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학원수강료를 내지 못했던
나는 칠판을 지우고 물걸레질을 하는 등의
허드렛일을 하며 강의를 들었다.

수업이 끝나면 지우개를 들고 이 교실 저 교실
바쁘게 옮겨 다녀야 했고,
수업이 시작되면 머리에 하얗게 분필 가루를
뒤집어 쓴 채 맨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공부했다.

엄마를 닮아 숫기가 없는 나는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는 소아마비다.
하지만 난 결코 움츠리지 않았다.
오히려 내 가슴속에선 앞날에 대한 희망이
고등어 등짝처럼 싱싱하게 살아 움직였다.

짧은 오른쪽 다리 때문에 뒤뚱뒤뚱 걸어 다니며,
가을에 입던 홑 잠바를 한겨울에까지 입어야 하는
가난 속에서도 나는 이를 악물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러던 추운 어느 겨울날,
책 살 돈이 필요했던 나는 엄마가 생선을 팔고 있는
시장에 찾아갔다. 그런데 몇 걸음 뒤에서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차마 더 이상 엄마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눈물을 참으며 그냥 돌아서야 했다.

엄마는 낡은 목도리를 머리까지 칭칭 감고,
질척이는 시장 바닥의 좌판에 돌아 앉아
김치 하나로 차가운 도시락을 먹고 계셨던 것이다.

그날 밤 나는 졸음을 깨려고 몇 번이고 머리를
책상에 부딪혀 가며 밤새워 공부했다.
가엾은 나의 엄마를 위해서...

내가 어릴 적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엄마는 형과 나, 두 아들을 힘겹게 키우셨다.
형은 불행히도 나와 같은 장애인이다.
중증 뇌성마비인 형은 심한 언어장애 때문에
말 한마디를 하려면 얼굴 전체가 뒤틀려
무서운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그러나 형은 엄마가 잘 아는 과일 도매상에서
리어카로 과일 상자를 나르며 집안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