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길~

작성자
엄마
2016-01-17 00:00:00
사랑하는 딸 서연이에게

서연이가 기숙학원에 들어간지도 벌써 17일이 지났구나.
엄마를 떠나 살아보는게 처음이 아니라서 그닥 그리움이 크지도 않을 거 같고
엄마 간섭 받는 거 싫어 했으니 좋은 면도 있을 거 같고
혼자 떨어져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공부하는 생활은 아니니 큰 불편도 없을 거 같고

다만 놀고 싶을 때 눕고 싶을 때 그러지 못한다는 불편함이 너에게 가장 힘든 면이 아닐지...

가끔 말했듯이..엄마는 네 나이에 엄마 아버지 떠나서
아침이면 혼자 일어나 추운 부엌에 들어가 밥하고 연탄갈고 세수하고 옷갈아입고
가방들고 30분 이상되는 거리를 걸어서 중학교에 다녔지.
참 점심에 먹을 도시락도 챙기고 학교에 가면 또 다른 친구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공부하고
집이 어려워 공부를 잘 해야만 고등학교도 갈 수 있을거 같아 집에 와서도 12시 전에는 절대 잠자지 않고 그렇게 살았는데..

내나이의 지금 네 모습 생각하면 나는 어떻게 그렇게 하고 살았을까 신기하기도 하고
그 시절이라고 해도 내 친구 대부분이 그런 생활을 한게 아니었거든.
길은 보이지 않았지만 나름 열심히 생활한 습관과 마음과 소망 덕분에
엄마는 나의 능력보다 더 좋은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고 자신할 수 있지.

다시 말하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비록 어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무엇인가 간절히 원하고 기도하며 덜 자고 더 많이 깨어서 기도하면서 공부했던 열정을
하늘이 도와준 것임을 잘 알고 있단다.
그래서 항상 하늘은 자기 자신이 진실로 원하고 열심히 할 때 행운이라는 선물을 준다는 걸 엄마는 믿게 되었어.

2015년은 딸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정말 힘든 한 해였다.
지금도 그 시간을 기억해 보면 마음이 한없이 추워지고
다리에 힘도 풀리고 내가 너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다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런 시간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소망해본다.

2015년 12월 너를 기숙학원에 보내고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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