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조카에게.

삼촌의 편지가 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애정에 비해 너무나 많이 늦었구나. 미안해~
합숙소 생활에는 이제 잘 적응이 되었는지 궁금하구나. (이 질문도 많이 늦었어ㅜ.ㅜ)
삼촌이 생각하는 지현이는 성격도 좋고 마음이 밝은 아이니 지금껏 잘 해 왔을 거라 믿어.
물론 잘 적응이 되었다 하더라도 쉽지 않은 날들을 보내야 하겠지만..
그래도 반갑고 놀라운 건 벌써 20일()이 지나갔다는 사실이야.
아.. 물론 이를 상대적으로 아직도 10일이 더 남았다는 다소 끔찍한 사실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OTL
지현이가 어쩌면 저주받은 1월의 달력에 감방의 재소자들처럼 하루하루의 날짜에 X표시를 해나가며 지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삼촌은 마음이 무겁구나.
너를 재소자라 한 것은 평소에 학업에 충실하지 않은 일종의 범죄(?)를 행하였기에 재미있게 표현해 본 것인데 기분이 나빴다면 이 삼촌을 무례한 자라 비난해도 좋아. ㅡㅡㅋ
(삼촌도 많은 범죄를 저질렀단다^^)
지지난 주 할머니 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네가 없으니 많이 허전하더라. 지현이 얼굴 보면 늘 삼촌 마음도 맑고 밝아졌는데.
그래서 결국 삼촌은 네 생각에 도저히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지.

고생하고 있는 조카를 떠올리다 보니 삼촌도 예전의 너와 비슷한 처지에서의 고난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삼촌은 전부터 명상에 관심이 많아서 예전에 호두마을이라고 하는 한 명상센터에서 10일여 간 수련을 한 적이 있었어. 일종의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에 입소한 거지.
(입소란 표현을 쓴 것은 경험으로 볼 때 군대보다 더 빡센 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이며 우주에서 이 곳보다 강력한 수련 프로그램을 가진 곳은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지현이가 속해있는 학습 프로그램도 이 은하계에서 손꼽히는 고약한 합숙소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새벽에 기상하여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가부좌를 틀고 앉거나 경행(걸으며 하는 명상법)을 해야만 하는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일과의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