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충 윤이 보아라 (고2문과 김상윤학생)

작성자
남T
2016-08-03 00:00:00
남쌤이다. 어제 편지를 새벽시간에 적지 못하고 저녁에야 적어서 아마 오늘 것과 두 개를 한번에 받을지도 모르겠다.
너의 수학선생은 현재 부산의 한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있다. 생각보다 대전에서의 전투의 소모가 컸던 모양인지 아니면 그간 맞아온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몸이 상한 것의 여파가 이제서야 보이는지 하여튼. 조금만 더 분발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 상태로 하루이틀만 더 쉰다면 충분히 날뛸 수 있을 것 같다. 너를 도축하는 것 정도는 문제가 없으리라 이 말이지. 결정적으로 쌤의 거사는 실패했다. 나의 앞길을 가로막는 자가 있더구나.

요 며칠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데다가 부산 지역에는 아침부터 재난경보 문자가 또 왔다. 너무나도 더워서 병원가는길에 택시 탔는데 길거리에 사람도 별로 안지나다니더라. 한편 네가 있는 광주는 어떠한지 모르겠다. 아마 비슷하겠지. 그래도 강의실 내부에나 숙소에는 에어컨을 틀어주리라 믿고 있는데... 아무리 에어컨을 잘 틀어줘도 날씨 자체가 더우면 사람이 지치는 법이다. 극한의 인내심을 보여다오. 지금 날이 얼마나 더운지 전국의 축사들에서 닭들과 돼지들이 집단폐사하고있단다. 나는 윤가축도 더위와 스트레스로 폐사하는 것이 아닐지 참 우려스럽다.

내가 저번에 교통사고로 왼팔을 좀 다쳤는데 이번에 체력의 급격한 저하와 빈혈로 길 가다 넘어지면서 같은 쪽 팔을 또 다쳐버렸다. 비록 병원에 틀어박혀 있고 수액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낮에 잠을 한숨 때렸다만(진통제에 수면 성분이 있다) 부럅주랴 너의 교재 검토도 오늘치 어제치 밀리지 않고 했고 어제 편지가 시간은 좀 늦었지만 매일 한통씩 적겠다는 왕의 약속은 지켜졌다.
어명은 그렇게 쉽게 거두어져서는 안되거든.

안에 있으면 별별 생각이 다 들꺼야. 이를테면 갑자기 알래스카로 뛰쳐나가서 맨손으로 곰과 한판 싸워보고 싶다거나 등등... 충동을 억누르고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는 내 생각에 불경을 옮겨적거나 염불이 가장 좋을것같다. 학원 퇴소 이후 작가님께 불경에 대한 가르침을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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