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서준이에게

작성자
*아빠
2019-01-09 00:00:00
잘 지내니 서준아? 이제야 편지를 쓴다.
오늘은 바깥 날씨가 많이 춥더라.
공부하고 생활하고 자는 곳은 괜찮은지 궁금하고 걱정도 된다.

네 방은 환하게 새로 등을 갈아놓았다.
네가 돌아오면 환한 방이 맘에 들거다.
원래 있던 등은 현관에서 마루로 들어오는 곳에 달았다.
그곳도 내내 어두웠지만 지금은 환하단다.

마루도 많이 치워놓았다. 좀 넓은 느낌?
건조기를 엄마가 새로 들여다 놓았지.

집에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가장 큰 변화는 네가 없다는 거다.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보고 싶구나.

어렸을 때는 아빠를 많이 따르고
엉겨 붙어서 팔짱도 끼고
손깍지도 끼려고 했는데...
그땐 좀 징그러웠지만 지금은 참 그립다.

네가 큰 것도 있지만 내가 너에게 까칠하게 굴어서
네 마음에 상처를 준 것 같아 내내 미안한 마음이다.
좀 더 너를 이해하고 믿어주고 기다려줬어야 했는데
내 마음을 기준으로 너를 보고
그게 맘에 안 들면 초조해서 너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아빠가 너를 포함해서 네 명을 키웠는데도
여전히 좋은 아빠가 되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
언제나 부족하고 자식들에게 불편한 존재 같아
마음이 무겁고 쓸쓸하고 슬프기도 하다.

네 마음 속에 아빠 때문에 속상했던 일 있으면
그곳에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다 지워버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곳에서 나오고 난 다음에는
앞으로는 즐겁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추억만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건강 조심하고 그곳에서도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재미있게 지내길 바란다.
그게 아빠에게 가장 부족한 점인데
너는 그걸 참 잘 하는 것 같아 부러울 때도 많았다.

어쩌면 조금은 답답하고 공부가 힘들 수도 있지만
순간순간 즐겁게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주어지는 음식도 맛나게 먹고..

아빠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가
암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겪는 죽음이지만
새삼 죽음이 가까이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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