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에게

작성자
엄마
2021-02-24 00:00:00
잘 지내고있니?
너 간 지 3일밖에 안됐는데 엄만 열흘은 된거같은 느낌이야
집에서 떠나는 날 너의 얼굴 표정이 자꾸 떠올라 엄마가 마음이 좀 무겁네...
그래도 네가 수학이 잡힐 때까지 꾹 참고 해냈으면 좋겠다.
힘들더라도 잘 견뎌내라.
이렇게 숨가쁘게 오르막을 오르고나면 평지도 나오고 내리막길도 나오겠지.
너도 육상하면서 몸과 정신으로 깨달은 게 있잖니..
사실 사람 사는 게 인내하고 참는 훈련의 연속이야. 다만 일의 크고 작고 단기간이냐 장기간이냐의 차이지. 크게 그리고 길게 참는 걸 어느 정도 해내면 그 다음은 점점 쉬워진단다.
지금은 우리 성호에게 비교적 좀 크고 장기적인 과제가 주어진거지.
지금은 힘들다고 쉬거나 옆으로 새거나 할 때는 아니다. 이왕 뛰기 시작한 거 앞만 보고 가봐.

수학 과외 시작했다고 연락 받았어.
수업이 어땠는지 궁금하네.
여담이지만 어진이네 외삼촌이 공업고등학교를 다니다 대학이 꼭 가고싶어 늦게 대입수능 공부를 했었어. 공부를 잘 하진 못했는데 진성 들어가서 6개월만에 수학 1등급 만들었다고 하더라. 성호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대부분 머리의 좋고 나쁨보다 의지의 차이에서 결과도 달라지더라. 내가 왜 여기서 지금 이런 걸 해야하지? 라는 생각은 널 자꾸 무겁게 밑으로 끌어잡아당기게 돼. 남들이 다 하는 거 조금 일찍 시작한거고 남들 다 하는 거 난 더 잘해낼거야 라는 생각을 해봐. 물론 남들과 무조건 똑같이 살라는 얘기는 아니야. 다만 남들이 해내는 걸 못해낼 이유가 없단 얘기지.

월요일에 외할머니댁 다녀왔는데 외할머니 건강이 안좋으셔..
동네의원 가서 진찰 받았는데 큰 병원 가서 재검사 하라더라구.
금요일에 종합병원 가서 다시 정밀검사 하기로 했는데 결과가 안좋을까봐 엄마가 좀 불안하다.
할머니 건강과 평안을 위해서 기도해줘.
문득 늘 계셨던 외할머니가 엄마가 죽을 때까지 늘 함께 할 수는 없단 생각이 드니 슬프다.
언젠간 보내드려아 할 날이 올텐데 엄만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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