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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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휴 엄마
2021-05-07 00:00:00
온휴야
이팝나무와 불두화 흰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초록이 점점 짙어지고 있단다. 엄마가 마음에 여유가 생기다 보니 나무들이 눈에 들더구나. 저건 무슨 나무일까 이름을 제대로 불러 주고 싶은데 모르는 것이 많다 보니 제각각 개성을 뽐내는 나무들을 그냥 모조리 나무라고만 부르게 되더구나. 모르는 엄마도 답답하고 나무들도 조금은 속상해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단다. 존재하지만 알지 못하니 내가 모르는 세계일 수밖에 없지. 그 세계에 좀 더 다가가고 싶어서 집에 있는 나무 관련 책들을 보면서 대조해 보기도 하는데 멀리 바라보는 것으로는 부족할 것 같고 날 잡아 우리 동네 자연 관찰 일기라도 시작해 볼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단다. 온휴 네가 조금 더 어렸을 때 엄마랑 같이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지나고 보면 아쉬운 시간들이 참 많아.
지난 주말에 오랜만에 발레 공연을 보고 왔어.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한 칸씩 공석을 두었는데 이 공석을 제외하고는 만석이었단다. 다들 코로나 때문에 문화 활동에 갈증을 느꼈던 게 아닌가 싶어. 물론 엄마도 그렇고. 이번에 본 공연은 라 바야데르야. 6월에는 돈키호테를 볼 예정인데 온휴 너와 처음 같이 봤던 발레가 말괄량이 길들이기였던가? 그동안 봤던 발레 공연 프로그램북을 정리하다가 네가 초등학교 때 썼던 일기장을 거실 책장에서 발견했단다. 공부방 책꽂이에도 몇 권 있는데 아마 베란다나 네 방 책장에도 숨어 있지 않을까 싶어. 날을 잡아 오래된 서류 더미와 책들을 정리하면 좋겠다 싶은데 아직은 엄두가 나질 않는구나. 언제고 때가 오겠지. 엄만 그땐 온휴 너랑 정리하면 좋겠다 싶어.
며칠 전에 얼마 전 네게 권했던 향모를 땋으며 읽기를 마쳤단다. 이 책 저 책 동시에 읽다 보니 속도가 느렸던 것도 있지만 한 꼭지 한 꼭지 새기고 싶은 문장들도 많았고 또 책을 읽다 보면 책이 연결해 준 엄마의 추억과 사유의 세계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곤 했거든. 엄마가 부자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단다. 저자에 따르면 호혜성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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