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최강미남박찬웅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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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누나다
2022-01-07 00:00:00
안녕 잘 지내고 있니. 채원이 언니는 너 없다고 맨날 네 방 들어와서 게임한다. 신났어 아주 그냥. 이제 언니한테서 네 방 냄새 남ㅋㅋㅋ 엄마는 방금 울었어. 너 보고 싶다고. 나 보고 대신 편지 쓰라고...(내가 일렀다고 말하지 마셈) 사실 누나라고 막 쓸 말이 생각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족 된 도리로 몇 자 적어볼까 해. 일단 누나는 어제 화장실에 갇혔다. 아니 문 잠그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볼 일 다 보고 나오려 하니까 문이 안 열리는 거야... 어이가 없어서... 누나는 왜 하루 걸러 하루 꼴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내가 그냥 이 시대의 아따맘마고 짱구고 노진구임... 엄마가 철물점 아저씨께 전화하는 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뻘쭘했는지 아니. 1분이 천년 같았다. 어떤 자세로 앉아있어야 철물점 아저씨께서 민망하지 않으실까 생각했던 시간이 억겁 같이 느껴진다. 철물점 아저씨께서 문 여시면 뭐라고 인사해야하나 고민도 했음. 안녕하세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막이래... 약간 그런 마술 있지 않냐. 상자 열면 토끼가 짜잔 나오는... 그 마술 속 토끼가 된 기분이었음. 잠긴 문을 풀었더니~ 짜잔~ 사람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무사히 탈출은 했어. 그니까 지금 이렇게 멀쩡히 너한테 푸념이나 늘어놓고 있는 거 아니겠니. 너무 내얘기만 했나. 아니 근데 할말이 없어... 맞다 첫날 누나가 너한테 쓴 편지는 잘 읽었더냐. 말했던 것처럼 너무 공부만 하지 말고 딴 생각도 좀 하면서 지내. 사람이 어떻게 한달동안 공부만 주구장창하냐. 6시부터 12시까지. 나 같으면 쇼생크 탈출 찍었음. 내가 이런 말 했다고 엄마한테 이르지 마. 사실 알아서 잘 하겠거니 싶어서 잔소리 할 게 떠오르지도 않는다. 머.. 잘 살아라. 누나는 너 없는 동안 한적한 집안을 즐기도록 할게.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