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엄청 내리네

작성자
한영아
2022-08-08 00:00:00
건모야.

비가 엄청 내리네. 아마 네가 뉴스를 보지는 못했겠지만 공식적인 장마는 이미 끝났고 이번 비는 2차 장마라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고 하더라구. 인천 지역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니까 물이 넘쳐서 지하실 뿐만 아니라 길주차장 등이 물에 잠긴 모습이 뉴스에 많이 나왔어. 엄마는 폭우를 뚫고 운전해서 집에 왔고 저녁을 느긋하게 먹고 식탁에 앉아서 빗소리를 들으면서 편지를 쓰고 있지. 고층 아파트에 살면 빗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거 알아? 너희는 4형제라서 아빠 엄마가 전세를 살 때에도 남한테 피해 주기 싫어서 주로 아래층 없는 2층을 주로 살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높은 층에 가면 비바람이 몰아쳐서 유리창에 떨어지는 경우가 아니면 땅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잘 듣지 못한단다. 우리 집은 단독 주택이니까 이렇게 낭만적으로 빗소리를 듣는 저녁을 즐길 수가 있는 거야.

이 희망3길 집은 엄마가 결혼 전에 산 아주 초소형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우리 가족이 산 첫 집인데. 그 때 단독을 사지 않고 아파트를 샀으면 재무적으로는 더 좋은 투자 였을 수 있었지. 어쩔 때는 상대적인 수익률이 낮다는 사실이 좀 아쉽다가도 그래도 오랜 시간 동안 너희가 아래층 눈치 안보고 뛰고 놀고 피아노도 치고 그랬던 것 엄마도 마음편하게 지냈던 것 이렇게 빗소리를 듣는 것 가끔 조카들이 와서 미니 수영장에서 노는 것 이런 시간들은 생각해 보면 돈을 떠나서 엄마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준 그런 장소가 아닌가 싶어.

모든 일을 yes or no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
방금 잔잔하게 내리던 비가 갑자기 폭우로 바뀌었는데.. 천둥 번개도 막 치고.
그렇게 낭만적으로 느껴지던 비가 갑자기 무섭게 느껴지네. 똑같은 비 인데도 그 ‘정도’에 따라서 다른 성격이 되는 거지. 내가 감당할 자신이 있을 때는 하염없이 ‘낭만적인 비’가 되는 거고 내가 버티기 어려운 경우에는 ‘자연 재해’처럼 느껴지는 거야. 또 ‘상황’에 따라서 다르기도 해. 엄마 처럼 집안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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