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유현이에게

작성자
엄마
2023-03-20 00:00:00
유현아 오늘은 편지가 좀 늦었지.
기다렸을 텐데 미안해.

오늘은 오전부터 마케팅 업체 미팅이 있어서 홍대 쪽에 다녀왔어.
이야기 끝에 그쪽 대표님 따님도 재수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기숙학원 다닌다고 하니까 자기도 보낼 걸 그랬다고 ㅎㅎ

대표님의 마케팅 포트폴리오를 보니
마케팅을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유현이도 경영을 생각하고 있다면 마케팅 전공도 괜찮을 거 같아.
브랜드 전략을 짜서 광고 프로모션 콘텐츠 PR 등을 통해
고객에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는 큰 그림을 설계한다니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어.

모 엄마 생각이니 참고로만 해 주길 바라.
엄마가 좀 귀가 얇은 걸까.
요새는 전략이나 기획 개발 등의 키워드가 대세인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말야.

오늘 아침에 받은 편지에
유현이가 많이 기운을 차리고 다시 시작하는 느낌을 받아서 기뻤어.
차근차근 단추를 채워가듯 계단을 올라가듯 해 보자.

엄마가 네 나이쯤일 때를 생각해 보면
엄마도 되게 철 없이 지냈던 거 같아.
대학 졸업할 때까지 부모님 품 안에서 걱정 없이 살다가
취직을 해서야 독립하고 혼자만의 삶을 살게 되었지.
그런 면에서 본다면 유현이가 벌써 부모 밑을 떠나
미래를 더 고민하고 더 단단해지는 시간을 엄마보다 먼저 겪는 셈이야.

엄마에 비하면 훨씬 어른스러운 우리 유현이.
올해 수능까지 열심히 도전하고 가족끼리의 행복한 시간을 다시 만들어 보자.
세상에 생각해 보면 엄마가 이렇게 매일매일 편지 쓰는 것도 처음이야.
아빠한테도 이렇게 못했던 거 같다 ㅎㅎ

유현이를 사랑하고 기다리고 응원하고 기도하고 편지 쓰고.
요즘 하루하루를 그렇게 보낸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이 시간이 무척이나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
먼 훗날 다시 이 편지들을 함께 읽을 순간이 기다려진다.

김유현 화이팅 넌 포기를 모르는 불꽃남자야
사랑해 오늘도 소중한 한 계단을 올라갔길 바란다.
또 편지할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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