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너무 놀란날이야..

작성자
엄마
2023-03-23 00:00:00
아들 안녕.
너에게 편지를 쓰는 지금 나는 심장이 쿵쾅쿵쾅 정신이 없다.. 물이 끓는 동안 너무 빠르게 뛰는 심장을 누그러뜨리려 너에게 편지를 써..
오늘은 아빠에게 상큼한 나물을 무쳐주려 미나리랑 여러가지 채소들을 샀단다.. 먼저 미나리를 다듬으려 비닐을 뜯는 모든걸 던져버리고 바닥에 주저앉아버렸어. 지금까지 머리털나고 한번도 본적없는 아니 책에서 드라마에서만 보던 거머리란 놈의 실체를 처음으로 마딱뜨린 순간 심장이 쿵 멎는줄 알았어. 꿈틀거리며 나를 고개 빳빳이 들고 쳐다보던 그 머리가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 아빠가 있었으면 잡아달라 할텐데 아빠도 없고 한참을 꾸물거리는 이 녀석들을 보며 어떻게 해야하나 동동거리다가 끓는물 부어서 익사 아니 삶겨 죽도록 만들기로 결정했어.. 커피포트에 빠르게 물끓이고 냄비에도 동시에 물끓여 부어버렸단다.. ㅎㅎ
뭔가 죽은거같은 느낌? 폴폴 을라오는 미나리 향과 함께 혹시 살아 있을까 두근거림과 죽은건 아닐까 기대로 살짝들쳐보는데 작은 지우개똥 같은 모습이 되어있었어..
엄마는 오늘 생애 첨으로 식은땀 나는 어려움을 겪었고 이겨보려 애썼단다.. ㅋ
너의 재수라는 이 시간의 싸움과 비교하여 말하면 우습지만 내겐 그 만큼 큰 일이었어.. 너희 남매와 관계된 일들이 아니라면 내 개인적 일에선 가장 큰 시련이었을거야..
사랑하는 아들아.
재수는 내 개인이 아닌 널 위한 너의 선택이란다.. 어떤 과정이 있었어도 그 과정 속에서 넌 자의든 타의에 밀려서든 너의 선택이 이루어진 일이란다..
힘들고 긴 너와의 투쟁이 될 시련이겠지만 나처럼(?^^?) 이겨내기 바란다..
미나리 하나같고 이런 이야기하는 엄마가 무지 웃기지? ㅎ
엄마는 한번도 결혼해서 널 나을때까지 음식을 해본적이 없어 이게 젤 무서워.. 생물이 전공인데 저런 애들이 너무 무섭다. 아이러니하지?
모두 책으로만 배워서 그럴거야. 엄마는 네가 이 재수 기간 열심히해서 진정으로 네가 하고픈 공부를 하러 가길 바란다.. 그러기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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