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유현아

작성자
엄마
2023-04-20 00:00:00
유현아 엄마 답장이 늦었지.
회사 작년 결산 자료 정리하고
올해 사업 전략 등등
오늘 전 직원 앞에서 발표하느라
며칠 ppt에 절여진 삶을 살았어.
오늘은 새벽 2시에 귀가했다가
아침부터 회사에서 막바지 ppt 꾸미기.
뭔지 알지? 울 유현이 ppt 달인인데.

지난 답장에
살아는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래서
사실 좀 속상하고 맘도 아프고 그랬어.
힘들다는 유현이 표정이 생각나기도 하고

오늘 엄마가 발표 마지막에

완벽하게 준비되는 순간은 안 오더라고.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지 마.
그냥 지금 시작하면서 채워.
TvN 나빌레라 심덕출(박인환) 대사 중

이걸 썼는데. 극중 심덕출 70대였거든.
엄마도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완벽하게 준비된 순간은 없었던 거 같아.
늘 시작해 놓아야 어떻게든 채워지고
결국엔 조금씩 더 높이 채워지는 느낌이랄까.

발표 마무리를
더 열심히 채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했는데 그게 엄마의 목표인 거 같아.
유현이도 공부하다 보면
더 채워지는 순간이 올 거야.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더 아까워.

그리고 엊그제 단숨에 읽은 책이 있는데
엄마는 너랑 규현이 생각에 마음이 좀 아팠어.
내일 보낼게.

이제 또 한 주가 더 지나면 만나는구나.
아빠가 여행을 가려고 준비한다는 썰이 있네 ㅎ
언제든 엄마는 유현이와 함께라는 걸 잊지 마.

오늘은 엄마도 꿀잠 잘 거 같다.
참 너 보여줬던 만화 있잖아.
지원 사업 서류 전형은 통과했어. 짜잔
다음주 pt 전형인데 잘 되겠지?
엄마도 한발짝씩 가고 있어.
유현이도 그러길 바랄게.

사랑하는 유현아.
힘들면 엄마에게 기대어
조금 기울어진 채로 뭐 어때.
또 슬슬 가보자.

언제나 엄마는 네 편이고
널 응원한다는 걸 생각해 줘.
사랑하고 또 사랑해.
내일 또 쓸게.

2023.4.20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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