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작성자
엄마
2023-06-27 00:00:00
영준아 잘 잤니?
모기는 안 물렸고?
우리 아들 오늘은 어떤 말보다 좋은 글 하나 보낼게..

나는 어느날 아침에 나무의 등걸에 붙은 나비의 번데기가 떠 올랐다. 나비는 번데기에다 구멍을 뚫고 나올 채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기다렸지만 오래 걸릴것같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몸을 굽혀 입김으로 데워주었다. 열심히 데워준 덕분에 기적은 일어나야할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내 눈앞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집이 열리면서 나비가 천천히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이어진 순간의 공포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비의 날개가 도로 접히더니 쪼그라들고 말았다. 가엾은 나비는 그 날개를 펼려고 안간힘을 썼다. 나는 내 입김으로 도우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번데기에서 나오는 과정은 참을성 있게 이루어져야 했고 날개를 펴는 과정은 햇빟을 받으며 서서히 진행되어야야 했다. 그러나 때늦은 다음이었다. 내 입김은 때가 되기도 전에 나비를 날개가 온통 구겨진 채 집을 나서게 강요한 것 이었다. 나비는 필사적으로 몸을 떨었으나 몇 초 뒤에 내 손바닥에서 죽고 말았다. 나는 나비의 가녀린 시체만큼 내 양심을 무겁게 짓누른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야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 서두르지말고 안달을 부리지도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너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순리대로 충실하게 최선을 다한다면 또 서두르지 말고 안달도 부리지도 말고 성실하게 끝까지 노력한다면 너도 날개 될 거야. 나비가 멋지게 우화하듯이.. 사랑해..아들..
더디지만 너의 성적도 한개씩 더 맞고 있구나.. 조급하지말고.. 너의 계획만 실천해가렴.. 잊지마.. 기숙에 있는 모든 시간은 반드시 너의 수능공부 계획을 지켜야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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