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어느 휴일 날 아침에..

작성자
아빠가
2024-03-17 00:00:00
사랑하는 아들 선웅이에게

어제 오늘은 날씨가 그래도 좋은 것 같구나. 내일 아침엔 꽃샘 추위가 있다는 데…
네가 말한 하오에의 라이트티는 225000인데 이미 솔드 아웃되어 판매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렌즈 박스는 찾아 보았는 데 없어서 엄마에게 물어보니 네가 갈 때 챙겨 주어서 가져갔다
하니 숙소에 있는 짐들하고 작은 주머니들 한 번 더 체크해 보았으면 한다.
시계는 아빠 시계가 둘인데 잘 맞는 시계를 내일 저녁에나 보내 줄 것이니 그것을
사용하기 바란다.
어쨌건 네가 보내주는 메시지들을 보니 고생이 많구나.

아마도 기숙학원이라는 사회와 차단되고 자유롭지 않은 특수한 환경에 있다 보니 무엇인가
가 항시 부족하고 그리고 무엇인가를 더 알고 싶어하는 그러한 욕망이 증폭되는 것 같다.
마치 아빠가 해외 출장가면 잘 먹지도 않던 짜장면 먹고 싶어하고 친하지도 않았던 사람들
전화 번호부 뒤적여 가며 전화해 보고 소식 알고 싶어하듯이.

생각해 보면 군에 가서 처음 훈련받을 때 6주동안 강원도 산골짜기에 철저하게 차단되어
생활하다 보니 지금 사회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하고 친구들은 무얼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들이 많았고 또한 통닭 한마리에 맥두한잔 하였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바람은 엄마아버지가 전주에서 바리바리 먹을 걸 싸 오셔서 인제
내린천 그 어디에서인가 맥주 한 캔에 통닭 한 마리를 정신없이 마시고 뜯어먹다 보니 아련한 기억 저 뒤편으로 사라졌던 것 같다.

지금 네가 지내고 있는 생활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고 또한 공부하기가 싫어 질 수도
있겠지만 8개월만 열심히 하면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의연하게
견뎌내고 생활하였으면 한다.
어찌 보면 인생엔 편하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아 보인다.
마치 산정상에서의 마시는 맑은 공기와 그리고 상쾌한 기분은 올라오기까지 흘렸던
수많은 땀과 비례하여 증대되는 것 같이….

아빠는 이번 주 21일 다시 다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