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준아~

작성자
엄마
2024-06-10 00:00:00
의준아~

아침부터 덥다.
어제는 엄마의 세 번째 필드.
음.. 나름 의미있는 하루였어.
보이지않던 풍경도 보이고 잘 쳐지지 않는 샷에 크게 실망하지 않았어. 신기하드라.

엄청 긴장을 했었는지 집에 돌아오는 길부터 너무 피곤한거야.
저녁에 밥도 못 먹을 정도였다니까.. 열심히 준비해서 시험치른것처럼 후련하기도 하고
다음번에는 진짜 하나하나 엄마 샷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거 같아.

요즘에 엄마가 짬짬히 읽는 책이 있는데.
내용이 주인공 코가 갑자기 아침에 일어나보니 사라졌다는 내용이야.
그 코를 훔쳐간 사람을 찾기 위해 경찰서에 신고하고 난리가 아닌거지. 그런데 그 코가 버젓이 돌아다니는 걸 본거야.
그래서 그 코에게 다가가서 혹시 내 코 아니냐 이렇게 물어보니까 그 코가 무슨소리냐 난 나다. 라고 하는거지.
그렇게 코를 찾으려고 애를 쓰다가 실망하고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거울을 보니까 코가 붙어 있는거야.
얼마나 재밌던지.
우크라이나 작가 니꼴라이 고골이라는 사람이 쓴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단편 모임집 중 코라는 이야기야.
고골이라는 사람 너무 유쾌하드라. 슬프면서도 아주 재밌어 당사자가 되면 얼마나 황당하고 팔짝 뛸일이야. 그지?

엄마가 20대 후반쯤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났는데 윗입술이 엄청 부은거야..
별 통증도 없었는데 거울을 보니까 띵띵 부어있고 점점 아파오는거 아니겠어
울고 불고 할머니는 깜짝 놀라서 병원가야 되는거 아니냐 하고
그때는 너무 사회 초년생이라 회사에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한참 울다가 그냥 회사를 간거야..
다행히. 조금 지나니까 입술이 가라앉기 시작하고 점심때쯤인가 정상적으로 돌아왔어.
그 생각이 나드라고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 맞는거 같아..
조금은 떨어져서 삶을 바라보면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

이번주에 의준이가 온다니까 너무 좋다.
식사 잘하고 운동도 조금씩 하고 건강히 만나자~

토욜 엄마가 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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