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 글 잘 받았어

작성자
엄마
2024-07-12 00:00:00
오늘 선생님 편으로 쪽지 글 잘 받았어. 그렇잖아도 편지쓸려고 했는데 찬이가 먼저 보냈네.
어제 학원 앞 차 안에서 불안해 보이는 네 모습이 마음이 아팠어. 안타깝기도 하고.
엄마가 대신 해줄 부분이 아니고 네가 이겨내야 하는 거니깐.
찬이 들여 보내고 집 주차장에서 맥주 두 캔 먹었어. 그리고 엄마 휴대폰 노트에 글을 썼어.
엄마가 고3 3월 2일 살던 가건물을 누군가 불을 질렀어. 철거민들이 모여 살던 곳인데 아마도 철거 깡패가 고의로 불을 지른거겠지.
3일 바로 야자까지 도시락을 두개 싸가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엄마한테 미안해 하며 학교가는 나를 배웅나온 외할머니를 눈도 안마주치고 학교로 갔어.
다행이 교과서는 타지 않았거든. 그때는 내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했어. 이런 가난도 외면하고 싶었던거 같아.
그래서 외할머니한테 온갖 짜증내고 했었어.
지금 내가 외할머니의 입장이 되보니 할머니가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 거라 생각이 들어.

찬아 많이 힘들지. 어제 들어가서 자습을 했다고. 고마워. 다시 멘탈을 잡으려 노력해 줘서.
조금만 더 참자. 찬이는 찬이 자리에서 엄마는 엄마 자리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아이들 뒷바라지는 할거야. 걱정하지 말고. 엄마는 엄마잖아. 너희를 지켜야 하는.
나중에 엄마가 나이 들어 힘이 없어지면 그때는 우리 예로니모가 엄마를 지켜주리라 믿어.
(부담주는 거는 아님. 예로니모가 잘 살면 그거로 충분해~~ )

주님은 이런 엄마와 예로니모 카타리나와 함께 해주실거야.
오늘 환희의 신비 묵주기도를 했어. 5단이 마리아께서 잃으셨던 예수님을 성전에서 찾으심을 묵상합시다 였어.
우리 예로니모가 다시 초심을 찾아 주님의 일꾼으로 주님의 성전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묵상했어.

예로니모
엄마 생명보다 소중한 내 아들. 고맙고 사랑해. 주님이 우리 예로니모와 함께 해 주신다는 거 잊지말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