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민환아♡

작성자
엄마
2024-10-05 00:00:00
이번 주는 유난히 휴일이 많았어.
1일 국군의 날 3일 개천절.
징검다리로 노니까 카페며 술집에 사람이 꽤나 붐빈다.

진성의 분위기는 어떤지?

곧 닥칠 수능을 의식하며 경쟁에 서로가 각박한지
아니면 긴 공부 레이스에 지쳐서 다들 어영부영하는지
독서실 공기가 열기에 숨막힐지 스산하게 흐트러질지 궁금해진다.

엄마는 앉은뱅이 바퀴 의자를 샀어.
손가락 관절염이랑 테니스 앨보우 때문에 무거운 기계를 들고 청소하기가 힘드니까 청소기를 겨드랑이와 허리춤에 걸치고 앉아서 다리로 이동하면서 먼지를 빨아들이면 어떨까 생각했지.

받자마자 허겁지겁 조립해서 써봤는데 예상대로 팔에 부담이 줄고 수월하더라.
걸음마 배우기 전 아가들이 쓰는 보행기의 어르신 버전을 누리는 느낌?
후닥닥닥 날래게 이동하는 것이 아주 재미가 있어. 엄마의 관절로는 느낄 수 없는 속도감이다보니 어려진 느낌이 든다. 아득히 먼 예전의 내 몸이 누렸었던 감각을 다시금 느끼게끔 수십년 전의 기억을 소환시켜주는 이 놀라운 바퀴라니. 역시 바퀴는 인간의 위대한 발명품이 맞다.

단점이라면 아가들은 무게가 적게 나가 바닥면에 부담이 적은데 엄마는 육중하다보니 나무 바닥에 손상이 날 것 같다는 점?
그래도 청소의 수월함이 주는 장점은 쉽게 포기할 수 없으니 살을 빼서 바닥 손상을 최소화 해야겠어. ㅎㅎ

청소를 하며 이 거대한 집을 관리하면서 깨닫는 건
특권층만이 누리던 큰 집 좋은 물건 많은 물건을 평범한 사람들도 누리려는 건 과욕이라는 것.

과거의 특권층은 신분의 특성상 수많은 노예노비들이 허드렛일을 감당해 줌으로써 본인의 수고로움이 없었으나 현대인은 자신이 주인이자 노비이므로 스스로 모든 것을 챙겨야 하기에 노동량만 가중된다는 것.
닦아도 쌓이는 먼지와 정리해도 쉽게 어지러워지는 공간을 한 인간의 무한 노동만으로 감당하기엔 엄마의 소유가 너무 방대하다는 걸 진심으로 깨달았지.

초가삼간에 옷 두서너벌 단촐하기 짝이 없는 살림 정도가 내 신분에 맞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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