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원철아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어오니
기분이 상쾌하다가도
수능 때문에 아쉬움과 불안함도 함께 밀려올 것 같구나.

아빠는 한 달 동안 우울증과 불안감으로 슬럼프를 겪었어.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서 컨디션 조절을 실패해서 그래.

너도 감기에 걸리고
치통과 충치가 생기는 걸 보면
신체적 및 정신적으로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
수능을 앞두고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해.

지금 네가 처해있는 현실을 축구에 비유한다면
정해진 후반전 시간도 종료되고
추가 시간(수능까지 15일)이 몇 분 정도 남았다고 생각해.

아마 이것 저것 하려고 하니
마음만 급하고 집중도 잘 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너무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는 실력과 상관 없이 모두가 불안한 때다.

지난 시즌 레스터시티 축구 경기를 상상해 봐.
강등을 당하고 나서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면
여러 경기 중에서 단 한 경기만 더 잘 했어도
리그에 잔류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았을 거야.

특히 몇 분 남지 않은 인저리 타임에서
실점을 하면 내내 강한 아쉬움으로 남지.
네가 지금 인저리 타임에 직면하고 있다고 생각해.

지금부터는 멘탈 싸움인데
남은 15일 동안 평소처럼 집중을 한다면
추가골(과목당 1문제 더 맞추기)을 넣을지도 몰라.

핵심은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평소처럼 루틴을 유지하는 일이야.

때때로 밀려오는 불안감과 우울감은
꼭 나쁜 것은 아니란다.
불안에 노출될 수록 성과가 좋은 사람도 있거든.
능력자 이원철이 바로 그런 사람이지.

지난해 수능 시험장을 생각해 봐라.
공부가 전혀 안 된 상황에서
혹시나 시험을 잘 볼 수도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으로 수능을 대했지.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전혀 다른 불안감일 거야.

아빠는 네 수능 성적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설사 결과가 좋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을 심산이다.
1월부터 10월까지의 성적 향상으로 너를 충분히 증명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