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고 있냐
- 작성자
- 형
- 2025-04-16 02:47:57
방금 도서관 갔다왔어. 벌써 시간이 오전 2시네 담주부터 시험기간이라 공부하고 있다. 잘 하고 있냐? 잘 해야지. 이제 수능이 7개월? 정도 남았나 지금쯤이면 막 밖에 나가고 싶고 사회친구들도 그리울거야 뭐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그랬어 휴가 때마다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곤 했지 물론 부모님과의 시간도 가졌지 잊지마, 현규야 22살의 나이에 너에게 기회를 준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달에 300이상 씩 써가며 거기 보내줬는지 또 옆에서 항상 네 편이고 가장 격렬하게 응원하는 사람이 누군지 말야 이 말은 여기까지 할게 나중에 밖에 나오면 부모님하고 밥 한 끼 하고 다정하게 대해줘 형이 부탁할게. 나는 요즘 시험 공부 하느라 집에 못 올라가고 있어 이제 2학년이 되니까 1학년 때 술 마시고 연애 하느라 죽 쑨 성적 복구하려고 공부란걸 내 의지에 의해서 하고 있어 아마 이런 의지는 살면서 처음인거 같아 재수학원에서도 내 의지가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 앞으로의 현실을 생각해보니까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한 그리고 시간이 주어진 한 최선을 다해야겠더라고 너도 열심히 해 내가 하는 말이 너무 꼰대같나ㅋㅋㅋ 쩝 이제 자취생활 한 달 반 정도 했는데 너무 힘들다 나도 자취에 대한 로망이 있었지 근데 군생활해보니까 빨래 게는 것 조차 후임들 시키고 귀찮아하는 내가 자취하면 얼마나 돼지 우리가 될까 하고 자취 로망을 빠르게 접었지만 개같이 기숙사 떨어져서 강제 자취하고 있어 월세랑 용돈을 같이 받는데 월세 빼면 25만원도 안 남아 하루에 만원으로 삼시세끼 해결해야 되잖아 다행히 학교에 나 같은 학생들을 위해서 천원의 아침, 2천원의 저녁이라는게 있더라고 학교랑 시에서 지원해줘서 저렇게 싼거야 천원 이천원 학식으로 아침 저녁 해결하고 점심은 집에서 해먹으면 3천원으로 해결하는 거지 그런데 저것마저 선착순이라 저녁은 운이 좋아야 먹을 수 있어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외식을 하면 하루에 만원은 그냥 넘어 한 달 동안 옷이나 술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지ㅋㅋㅋ 집 가는 것도 교통비랑 친구들 만나면 술 마시고 피씨방 가고 이러니까 잘 안 올라 가는 것 같기도 해 알바를 하자니 너무 바쁘고 해서 그냥 어찌저찌 버티고 있어 자취방도 너저분하고 냉장고 소음은 미치겠어 주인한테 두번이나 말했는데 다른 방도 다 그렇다고 익숙해지래 하하하. 친구도 얼마 없고 다 바쁘기도 하니까 만나기 쉽지 않아 요즘은 훈련소 동기랑 일주일에 한 번씩 술마시고 있어.(걔도 서울 사람이야ㅋㅋㅋ) 쨌든 쉽지 않다 타지 생활. 이런 불편함과 불만들이 내가 만든 결과물이기 때문에 누구를 비난하거나 탓할 순 없는게 현실이야 너는 꼭 인서울해서 통학하고 다녀 그럼 용돈도 더 남고 주말에 놀러 다닐 곳도 많잖아 다 끝나고 후회하지 말자 후회는 형이 먼저 했으니 이 편지를 읽고 간접적으로 느꼈으면 좋겠어 희망적인 이야기 하나 해줄까? 너가 얼마나 실력이 늘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부터 해도 충분히 가능해 더 좋은 학교 갈 수 있어 물론 그 전까지 놀았는데 지금부터 해도 가능하다? 이건 아니야 놀지만은 않았을거 아니야 (양심이 있으면). 너 할 수 있어. 지금 4월이니까 제발 딴생각 말고 휴가나가서 누구 만나고 누구랑 뭐하고 그런 가까운 쾌락보다는 너의 30년 인생이 거기서 정해진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항상 응원한다. 부모님께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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