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수요일

작성자
김지애
2008-01-09 00:00:00
엄마 방 출입문 유리창에 향장 1월호 표지 모델로 장동건이 나온
사진이 떡하니 붙어 있어.
왠지 속내를 감추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어디를 향하든 그 눈동자는
나를 보고 있는 듯 느껴지고.
왜 이런 헛소리를 하느냐고?
애들이 한물간 동건이를 왜 붙여놨냐고 자꾸 물어서
같은 대답하다보니까 진짜 내가 위에 쓴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사실 요즘은 헷갈려.
내가 이걸 생각한건지 아님 실제로 일어난 건지.
오늘은 호주에 간 지연이게도 편지를 썼단다.
자기 학년보다 두살은 더 많아 보이는 큼직한 덩치로
작년에 다녀온 곳에서 어학연수하니까 느긋하게 잘 지내는 듯한
사진을 여러 장 봐서인지 걱정도 안되고 잘 지내 보이더라.
그래도 이모가 위문편지차 써주길 바래서 썼지.
아침에 네게 멜을 보내고 싶은데 이 시간쯤 되기 전에는
뭔가 할 내 시간이 전혀 나질 않아.
이젠 좀 지친듯해.
그냥 공부만 했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있고 내가 공부해서 뭣하나 박사는
해서 뭘 하나 집어치우고 상담이나 계속 할까 싶기도 하고
다른 병원에서 스카웃한다고 오라고 하면 그냥 확 가버릴까 싶기도 하고.
그런저런 생각이 오고가네.
한 두 가지 일에만 몰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 아빠랑 다투기도 하는데 서로가 너무 자기 입장에서
남의 말을 듣거나 이야기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
심심하니까 말싸움이라도 하자!
뭐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기도 하는데 어제는 다 귀찮게 느껴지더라.
미가 주성이 집에서 잔다기에 좀 쫑알쫑알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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