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오는 밤에

작성자
김지애
2008-01-21 00:00:00
아침 일찍 일어나 교회 다녀오고 옆동 외삼촌 집에 가서 수다 떨다오고

밖에서 저녁 먹고 들어오니 7시 반.

씻고 일찌감치 잘 요량으로 누웠는데 말똥말똥한 거야.

에라 성경이나 읽자 하고 시작했는데 창세기 50장을 다 읽었다.

근데도 잠이 안오는 거야.

너 읽으라고 사둔 청소년 문고 가운데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라는 게 있었어

그거 빼고 다 읽어서 마지막으로 남겨둔 그걸 읽다보니 12시를 훌쩍 넘긴 거야

내일을 생각해서 일찍 자자 하던 게 또 늦어버린 취침 시간이 된거야.

애써 자려고 하니까 잠도 안 오고 아빤 가르릉 거리며 자고.

책을 더 보려고 하니까 정말 밤 샐 것 같고-정말 재미있더라구- 그래서

너 보고픈 맘을 달래려고 멜을 열었어.

오늘 경석이를 봤더니 많이 밝아지고 아빠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당당해

졌더라. 되도 안한 잔소리에 그냥 씨익 웃고 넘길 줄도 알고.

은근히 외삼촌 갈구기도 하고.

그녀석 사진 중에 완전 경순이로 나온 게 있더라구.

가발을 쓰고 찍은 것 같은 데 죽여주더라.

경석이는 간호학과를 가려고 준비 중인 것 같은데 아주 잘 어울리지 않니?

주말 대구엔 잠시 눈이 왔는데 거긴 어땠니?

밤늦도록 공부하는 예비 고 3들이 문자를 보내서 답하다 보니 사랑하는

딸과는 그냥 생이별을 하고 사는구나 싶어 마음이 참 그렇더라.

늙었나 봐.

보고싶어 눈물이 나더라.

방학이라 미한테 시간을 내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잘 안되고

이것저것 할 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오고.

그래 아직 할 일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구나 싶어.

새삼 널 멀리 있는 고등학교로 보내려고 했던 게 실수였고 그 실수를

하나님 막아주신 것 같아 넘 감사하고

또 이렇게 떨어져 있으면서 니가 엄마에게 얼만큼의 무게인지 또 아빠에게

어떤 존재인지 확인할 기회가 된 것 같아 넘 감사하고.

부족한 게 많은 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