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뭇 바빠서

작성자
김지애
2008-01-23 00:00:00
사랑하는 딸 서미에게
잘 지내고 있니?
하루하루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 지 멜 열어 볼 시간도 없을 때가 많네.
단어시험을 매일 보는 모양인데 다 맞느라고 수고가 많구나.
월요일 저녁에 호주 갔던 지연이가 왔어.
하필 그날 날씨가 좋지 않아 서울서 대구까지 비행기가 도착하는데
4시간이나 걸렸다는 거 아니니?
대구 공항까지 왔다가 수원까지 회항했다가 다시 착륙을 시도하고
우여곡절을 많이 겪고 왔더라구.
지연이는 날씬해지고 키가 얼마나 컸는 지 도저히 미현이한테 언니라는 말
못할 정도이더라구.
오늘 점심때는 도빈이 엄마랑 기은이 엄마가 밥먹자고 해서 해솔뫼에서
오랜만에 회동을 했는데 뭐 그런 얘기지.
기은이 아미 도빈이 혜빈이를 검사해 보고싶다.
어쩌다가 온 교회 아이들의 상담사가 되어 집안 일까지 서로 다 시시콜콜
아는 사이가 되어버렸어.
기은이는 내일 와서 상담하고 심리검사를 하기로 했는데 기은이가 서미를
좋게 생각해서 덕분에 엄마도 점수를 좀 얻은 것 같더라.
처음에는 아이를 스파르타식이라는 기숙학원에 보냈다고 나를 좀 이상한
엄마로 보더니 이젠 다들 엄마의 구라에 넘어갔는 지 서미가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애.
이번에 발리갈 때 아미 기은이도 가는 것 같더라.
여권을 빨리 만들라고 하는데-개인적으로다가- .....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대구에 눈이 왔다는 거 아니니?
뭐 꼭 눈이라기 보다 내려올 때는 눈인척 하다가 땅바닥에 착취할 쯤엔
흔적도 없이 물이되어 바닥에 흐르는.
근데 있잖아 앞산 자락 가득 눈이 쌓여 있더라구.
갑작스런 예약취소로 시간이 나서 보고픈 서미를 불러본다.
아주 좋은 시들을 매일 한 편 씩 깊이 읽으면서 니가 와서 같이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하지.